포스테키안

2018 여름호 / 알리미가 만난 사람 / 하리하라 이은희 선생님과의 대화

2018-07-12 87

하리하라 이은희 선생님과의 대화

‘과학 축전’, ‘과학 마술쇼’ 과학이 공부의 대상이 아니라 재밌게 느껴졌던 순간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필자에게는 이은희 선생님의 책을 읽을 때 그랬다. 이은희 선생님이 쓰신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하리하라의 미드에서 과학을 보다> 등의 책을 읽으면서 마치 소설 책을 읽는 것처럼,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생물 이야기를 읽곤 했다. 이렇게 과학을 학생들이, 대중들이 보다 편안하고 재미있는 문화로 받아들이도록 노력하는 직업을 ‘과학 커뮤니케이터’라고 하는데, 이은희 선생님은 이 분야의 선두 주자 중 한 분이시다. ‘하리하라’라는 필명이 독자들에겐 더 익숙할지도 모르는 ‘이은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서울에 있는 과학 책방 ‘갈다’에 다녀왔다.

하리하라 이은희

# 과학자 ‘이은희’에서 작가 ‘하리하라’까지

선생님은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하신 후 제약회사 연구원이 되셨다. 어쩌면 이공계 학생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과학자’의 삶을 살고 계셨다. 그러나 대학원에서 다시 언론학을 전공하시고, 작가 ‘하리하라’로서의 삶을 선택하셨다. 선생님께서 어떤 과정을 통해 진로를 바꾸게 되셨는지 궁금하였다.

“제가 가장 처음에 낸 책이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라는 책인데, 사실 책을 쓰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쓰여진 책이 아니었어요. 대전에서 새롭게 회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취미생활로 제 블로그에다 한 편씩 생물학에 관련된 글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그 글이 쌓이고 보니 100편 정도가 되더라구요. 그 블로그를 보고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는 연락이 왔어요. ‘특별히 돈을 내야하는 것도 아닌데, 젊은 날의 추억삼아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yes’라는 대답을 했죠. 그런데 이 대답 이후로 제 인생이 바뀌었어요. 새로운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거죠. 흔히들 ‘과학을 전공하면 과학자가 되는 것이 성공하는 길이다.’ 라고 생각하는데, 과학을 전공하고 글을 쓰거나 방송을 만들거나 전시 기획을 하는 등 과학과 연관된 다른 분야가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된 거예요. 그래서 이 분야를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 대학원에 진학해서 과학 언론학을 전공했고 지금까지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삶을 살고 있어요.”

#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대하여

요즘 이공계생들에게도 글쓰기나 말하기 같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강조되는데, 이은희 선생님은 이를 직업으로 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이시다. 포스테키안 독자들을 위해 과학과 소통이라는 단어가 합쳐진 ‘과학 커뮤니케이션’이란 어떤 분야이고,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을 부탁드렸다.

“먼저 과학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분야는 아직 개념이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았고 굉장히 범위가 넓어요. 과학자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과학자와 또다른 전문가와의 커뮤니케이션, 과학자와 대중간의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갈래가 있는데요. 먼저 흔히 이공계생들이 가장 많이 배우는 ‘테크니컬 커뮤니케이션’이 있는데, 논문이나 보고서 등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본인이 무엇을 하는가를 설명하는 방법에 대한 분야예요. 또 좁게는 과학자들이 대중들과 소통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있어요. 이는 과학자와 일반 대중, 즉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인만큼 그들의 언어를 사용해서 과학의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 소통하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GMO에 대해서 과학자들은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대중들은 두려워한다면 이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본인의 지식을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겠죠.”

하리하라 이은희씨와 알리미 이예지 씨와의 인터뷰 이미지

# 진로 고민을 하는 태도

한국의 ‘과학 커뮤니케이션’ 분야는 요즘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지만, 선생님께서는 이 분야가 크게 활성화 되지 않았을 때 일을 시작하셨다. 이렇듯 진로에 대해 남들과는 조금 다른 고민과 선택을 하셨던 선생님께, 앞으로의 미래사회를 맞이할 학생들은 어떤 태도로 본인의 진로를 생각해 보면 좋을지 여쭤보았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 봤을 텐데요. 지금의 중고등학생들이 사회에 나오는 시기가 되면 지금보다 더 큰 변화가 있을 거예요. 근대사회에는 성실성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특정 분야의 전문성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어요.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기계들이 훨씬 효율적이고 성실하죠. 그렇기 때문에 이제 사람이 해야하는 것은 연계적 전문성이에요. 따로따로 존재하는 것들을 네트워크를 시켰을 때 어떤 시너지 효과와 문제가 생기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등 연계적 전문성과 관련된 문제와 직업이 많이 생길 거예요. 이런 것들은 가치판단, 윤리적 판단의 감각을 가진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수 있는 일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옛날과는 다르게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을 때 꼭 그것만 파고들어야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가 잘하는  다양한 것들을 연관시켜서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로 과학을 이용하는 것도 저처럼 글을 쓰는 것뿐 아니라 요즘은 영상이나 게임처럼 더 다양한 컨텐츠들을 만들 수 있는 사회가 되었어요. 학생들이 직업을 생각할 때 본인의 장점을 새롭게 연계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 포스테키안을 구독하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제 좌우명이 “순간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고, 인생은 흐르는 대로.”예요. 제가  작가가 되고 싶어서 작가가 된 것이 아니라 그냥 글 쓰는 것이 취미 생활이라서 글을 썼는데, 그게 모여서 작가로 데뷔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매일매일 내가 하는 일은 보이지 않지만 모이면 크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어요. 뚜렷한 목표를 가지는 것도 좋지만,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조금씩 하다 보면 그게 모여서 새로운 길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무언가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작은 것부터 해보세요. 나중에 해야지 생각하면 절대 못해요. 그것들이 쌓이면 또 새로운 길이 보이곤 할 거예요. 대신 그것이 꼭 한 쪽 방향으로만 갈 것이라고 믿지 말고, 다른 길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과학에 대해 수다를 떨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다. 실제로 과학책방 갈다의 토론실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과학 서적을 들고 서로 토론하고, 궁금한 것들을 직접 작가님께 질문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과학을 전공해서 새로운 약이나 기계를 개발하는 과학자 대신, 사회의 또 다른 가치에 기여하고 계신 선생님과의 만남이 포스테키안 독자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알려준 특별한 경험이 되었기를 바란다.

알리미 23기 이예지

알리미 23기 이예지 | 화학과 17학번